내가 읽은책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아이뜰 2016. 4. 18. 11:13

나와 당신을 안아줄 가장 완벽한 장소, 페루

     사람들은 내게 종종 이런 질문을 한다.

    `당신에게 여행이란 무엇인가요?

     그럴 때마다 여행에 대한 정의를 다시 생각해보는데 `여행`이 우리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새삼 놀라곤 한다. 여행은 영혼을 위한 비타민이자 가장 솔직한 자아를 마주하는 길이며 `새로운 나`로 거듭나는 부활의 과정이기도 하다. 일종의 명상이나 수련처럼 자신을 비우고 단련하는 가장 신 나는 방법이고 시들해진 일상에 호기심과 열정을 다시 채워 넣어준다. 어디 그뿐인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나 뜻밖의 인연을 선물해 한 사람의 운명을 완전히 달라지게 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많은 이들이 `버킷 리스크` 상위권에 `여행`이라는 단어를 올린다. 여행은 그자체가 꿈이며, 우리를 끝없이 꿈꾸게 하고 때로는 꿈이 현실로 바뀌는 장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행은 인간이 가슴에 품고 사는 우주를 확장시키고 내면의 성장을 도와주는`길 위의 학교`다. 단언컨데, 한 번 여행을 할 때마다 당신의 영혼을 깊어지고 넓어지고 모난 부분이 깎여 부드러워질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는 순간부터 여행자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지만 아예 그것을 직업 삼아 살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직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행을 통해 얻은 것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인생의 부정적인 면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운 것이 가장 다행스럽다. 나는 여행자로 살면서 `삶을 대하는 성숙한 자세`, 즉 아픔, 슬픔, 실패, 좌절, 불완전함 등을 피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내 인생의 일부`로 끌어안고 공존해 살아가는 `체념의 미학`을 터득해가고 있다. 이것은 결코 삶을 비관적으로 보거나 자포자기 하는 자세, 혹은 무책임한 태도로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인생은 유한하다`는 비극적 사실을 알면서도 오늘을 살아내야 하는 인간의 숙명앞에서 여행은 가장 큰 힘과 지혜를 준다.

     영국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Alain de Borron)은 『공항에서 일주일을 』이라는 책에서 이렇게 적었다.`이상적인 여행사가 존재한다면 우리에게 어디를 가고 싶으냐고 묻기보다는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냐고 물어볼 텐데.` 즉, 여행이란 유행하는 스카프를 구입하듯 혹은 당장 입에서 당기는 아이스크림을 골라 먹듯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 마은속 어딘가. 심연으로부터 들려오는 북소리에 귀 기울어 진지하게 답을 구해야 하는 것이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이 온다. 내게는 지난 3년이 그랬다. `떠나라, 떠나서 비우고 던지고 다시 채우고 돌아오라`는 소리가 가슴을 울려댔다. 알랭 드 보통이 얘기하는 이상적인 여행사라면 그 당시 나를 위한 여행지로 분명 `페루`를 권하지 않았을까. 너무 큰 슬픔이 갑작스레 영혼을 삼켜버려 처절하게 무너져 내리고 입는 누군가가 있다면 글를 안아줄 가장 완벽한 장소가 바로 페루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