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인문학은 위기인가 - [책] 인간이 그리는 무늬
저자는 노자를 전공한 철학자 최진석 서강대 교수입니다.
최진석 교수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어려운 문장을 인용하지 않고 사람을 잡아당기는 매력이 있습니다.
방송에서 우연히 보다가 끝까지 보고 말았는데 결국은 책까지 사서 보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을 그저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괜찮은 교양 정도로 알고 지냈던 저에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확 바꾸게 만든 획기적인 책입니다.
인문(人文)이란, 인간의 무늬를 말하며 인문학이란,
‘인간이 그리는 무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서두를 시작합니다.
인문학의 위기니 흔히 하는 말은 인문학이 뭔지 몰라서 하는 말일 뿐, 오히려 인문학의 기회이며,
인문학은 고매한 이론이나 교양을 쌓기 위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도구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서구적인 시각보다는 노장사상과 같은 동양사상의 관점에서 인문학적 통찰은 이성적 사유를 통해서가 아니라,
개인의 주체적이고 독자적인 시각에서 열린 마음으로 세계를 바라볼 때 나타난다고 합니다.
자신만의 내적인, 주체적인 욕망에 충실한 인간이야말로 이른바 ‘덕’이 있는 존재로서,
바로 이러한 ‘덕’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면서 동시에 인문학을 움직이는 힘이자 원동력이라고 합니다.
보편적 인간성과 이에 대한 교육을 강조하는 기존의 인문학 개념에 비추어
그의 주장은 매우 색다르게 다가옵니다.
지식은 이 세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어떤 특정 유형을 잠시 보여주는 것일 뿐인데,
지식이 증가하고 경험이 늘어남에 따라서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더 자유로워졌는가?
더 유연해졌는가? 눈매가 더 그윽해졌는가? 상상력과 창의성도 더불어 늘어났는가?
이런 질문들에 “예”라고 답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지식과 경험이란 게 우리에게 무엇일까?
과연 지식을 쌓은 것이 정말 우리에게 좋은 일인지, 지식을 손 안에 놓고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식의 지배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마치 걸어다니거나 말을 타고 다니다가 자동차가 등장함으로써
삶의 질이 진정으로 나아졌는지에 대한 의문에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
인문학적 통찰을 위해 위해 기존의 관습과 전통, 신념, 나아가 확립된 지식을 넘어서서
자신만의 순수한 원초적 욕망을 바라보고 여기에 충실할 것을 권유하는 그의 주장은.
역사 문학 철학을 아울러 인문학이라 부른다는 정도의 지식 밖에 없는 저에게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혹시 인문학을 현실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는 담론 정도로 막연히 알고 있다면 일독을 권합니다.